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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촬영장치를 기증받고 -신두교

회차
제 46호 협회 회보
작성일
2003.03.16. 17:34:00
조회
172
첨부
새해 첫 달에 안동 애명복지촌 치과진료실은 좋은 선물을 받았다.

  경상북도 치과의사회에서 방사선 촬영장치를 기증한 것이다.

  언제부턴가 문일환 회장님이 신두교 선생이 봉사활동 열심히 한다고 자랑하고 다니셔서 별로 한 일도 없이 칭찬 듣는 것이 송구스럽기 그지없었는데, 이 번에 기기까지 기증해 주시니 정말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기기를 기증 받는 조건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어떤 곳에서 어떻게 무얼 하고 있는지 보고하라는 말씀에 그 간의 경과를 간추려 적어 본다.

  1981년도에 안동군 보건소에 공보의 2년차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젊은 부인이 정신장애아 몇 명을 데리고 와서 치료해 달라고 하는데 의사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아 치료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20대 혹은 30대쯤 되는 사람들이 몇 살이냐고 물으면 "두 살" 아니면 "몰라"가 답이었다.

정신 연령이 두살이 넘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 아프다는 건 아는데 어떻게 어디가 아픈 지는 전혀 말 할 줄 몰랐다.

  참 골치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같이 온 부인(당시 복지촌 원장 사모님)의 장애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운데 감동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가운데도 점쟁이처럼 알아서 열심히 치료했다.

  당시에 부산의 형제복지원 사건이 유명할 때라 나도 복지시설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는데, 그 부인의 태도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고 나도 좀 뭔가 도움이 되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날 이후로 그 수용시설(당시에는 애명복지촌이 정식으로 설립되기 전임)의 원생들은 군보건소 치과에서는 우대고객?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가 1983년도에 공보의를 마치고, 안동에 눌러앉아 개원하면서 우대고객들도 함께 따라왔다.

  1987년도에 안동 애명복지촌은 훌륭한 시설과 함께 정식으로 개원하고 원생들이 많이 늘어났다.

  따라서 내집에 치료받으러 오는 원생들도 많이 늘었는데, 개업 후 4년이 지났을 때라 일반 환자도 무척 많아져서 더 이상 우대고객 대접하기도 힘들어지고, 일반 환자들 중에는 대기실에서 정신장애자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궁리하던 중에 주중 어느 한 때를 정해서 내가 직접 찾아가서 치료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9년경에 방하나를 비워 주면 치과진료실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더니 복지촌에서는 대 환영이었다.

  당시의 복지촌에서는 그렇잖아도 일손이 모자라는데 치아 아픈 아이들까지 챙기는 것은 아마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어쨌든 머메이드 유니트 중고 1대와 공업용 콤프레셔 1대, 군용 아말감메터 1대, 동서 방사선 촬영기 1대를 구해서 들여다 놓고 매주 목요일 오후에 진료를 나갔다.

  그렇게 몇 년을 다니다가 , 보존치료가 왠만큼 끝이 난 4-5년 전부터는 2주에 한 번씩 나가고, 급한 환자들은 내원하도록 하고 있다.

  많지 않은 원생들을 십수년이 되도록 치료할게 뭐 있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지능지수가 20-30정도밖에 안되어 구강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

  담당 교사가 매일 이를 닦아주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진료중 가장 많은 일이 끝이 보이지 않는 치석제거다.

  다행하게도 작년부터 안동과학대 출신 치위생사들이 2주마다 일요일 하루종일 치석제거를 한다.  기특한 아가씨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유니트를 비롯한 모든 기기들이 다 새 것이다.

  다만 방사선 기기만 고장난 후 교체하지 못하고 있었는 데 이 번에 들여놓게 되었다.

  소개가 늦었지만 애명복지촌과 애명요양원에는 약 210명의 원생들이 80여명이나 되는 교사들과 함께 지낸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40여명의 직원이 한달에 하루 이틀밖에 외출 못하는 격무에 시달리다가 정부의 복지정책 개선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교사 1명이 두세명 또는 오륙명 정도의 원생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대소변까지 거드는데 대부분 젊은 여교사들이다.

  원생들은 지금은 나이가 거의 이십대는 넘고 사십대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덩치큰 두살 세살 네살짜리 아이들일 뿐이다.

  하여튼 우리 정신 장애 친구들은 매일 매일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정과 헌신적인 교사들의 도움으로, 나름대로 아주 보람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복지시설을 방문해 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의 시설과 헌신적인 교사들이 이 나라에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다행스럽다.

  두서없이 늘어놓아 보고가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다.

  십 수년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하니 대단히 오랫동안 한 것처럼 과장되게 들린다,

  실제로 나가서 진료한 날 수로 따지면 그리 많지도 않고 기둥뿌리 하나 뽑은 것도 아닌데 송구스럽다.

  거의 매일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와서 빨래하고 밥하고 김장하고 청소하고 머리도 깍아주고 파마도 해주고 염색도 해준다.

  이십대 여자 원생들은 대부분 노랑 파마머리다.  참 대단한 분들인데 그 분들 보다 치과의사라는 고급직업? 덕분에 더 많이 인사를 듣는 것 같아 좀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여러 곳에서 여러 분의 선 후배님들이 남들이 알게 모르게 많은 봉사를 하시는 줄 알고 있는데, 주제넘게 혼자 보고 올린걸 용서하시기 바라며 새해에 더 많은 일 이루시고 원하시는 것 모두 뜻대로 이루시길 빈다.

  방사선 기기를 보내 주신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안동 : 신두교 치과의원장)



<편집자 주>  1998년 4월 20일 장애자 진료에 대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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