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에  열광하던 때가  지난 밤의 꿈 같은 데 어느 새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
보낸 세월들을 돌아보면 어느 한 때도 세상이 조용했던 적은 없었지만 지난 해에도 여전히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었고, 2003년 역시 벽두부터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어지는 변화의 연속이라 하더라도, 한 획을 긋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함에 있어서, 기왕이면  기쁜 일들이 많고 슬픈 일들은 적었으면 하는 바램과 뭐든 잘 해보자는 다짐을 해 본다.
  우리 치과계도 지난 수 년간 많은 양적, 질적인 변화가 너무도 빠르게 이어졌었다.
  회원 수가 2만여명 가까운 거대 단체를 이루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FDI와 APDF의 회장으로 우리 회원이 당선 됨으로써 세계 속에 우리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또한 우리 치과의학의 수준향상과 진료술식의 발전도 괄목할만 했다고 생각된다.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들과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
  아직도 적게만 느껴지는 의료보험숫가, 오를 줄만 아는 건물 임대료, 자꾸만 고급화 되어가는 인테리어, 개원의의 증가로 인한 환자 수의 감소, 치료비는 못 올린 채 늘어만가는 장비와 재료비, 기공료, 직원들의 임금과 여러 가지 사회보험료, 배우고 또 배워도 늘 모자란 것 같은 새로운 술식들의 등장,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두려움, 일부 대형치과들의 공격적인 경영, 전문의 제도의 시행 등등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했고 예상하기 힘든 빠른 변화와 어려움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새 정부의 보건복지정책, 그 중에서도 치과계에 관한 정책들에 대해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의료정책이나 사회의 변화가 우리 치과계에 또 다른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이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것들로만 채워지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보다 더 어려운 환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적절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변화의 추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이웃한 우리 동료들 간에 살아남기 위한 격렬한 경쟁으로 추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모쪼록 어떠한 환경이 되든지 간에 우리 동료들 끼리 품위를 잃은 쟁투를 벌이는 어려운 지경까지 가지는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치과계가 한 가족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서로 신뢰하고 화합하여 서로를 도와주는 동료의식과 품위를 지키려는 윤리의식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외적이고 전체적인 대비는 협회의 지도자들이 멸사봉공의 자세로 헤쳐 나아가겠지만 개개 의원의 대비는 우리 회원들 각자의 몫이다.
  각자 나름대로 어떠한 대비를 하던지 간에 반드시 동료애와 윤리의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무리한 경쟁 끝에 진료숫가를 지나치게 낮춘다든지, 이상한 방법으로 환자유치를 꾀한다든지 하게되면,  결국 우리 내부의 분열로 인한 공멸의 길을 가게되고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마침내 우리 치과계 전체가 사회로부터 멸시당하게 될 것이다.
  새해에는 그저 일년에 한두 번 형식적으로 손들고 듣기만 하던 치과의사 윤리강령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실천함으로써 화합, 단결된 우리 치과계 공동의 경제적 번영과 자아의 계발과 사회로부터의 존경을 동시에 획득하는 기쁨이 우리와 함께하기를 빈다.
              (안동; 신두교 치과의원장)